한민규 기자 |
손창완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월급봉투』가 세상에 나왔다. 35년간 공직생활을 하고 있는 시인의 뜨거운 열정을 담아낸 시집이다.
12년전 첫시집 『불악산』 발표이후 시나무를 불태운다는 각오로 시 창작에 매진한 결과물을 엮었다.
손 시인의 시에서는 고향의 향기가 물씬 배어있다. 실제 지역을 시의 소재로 삼아 그곳에 대한 애정과 추억을 달래고 있다. 「불악산2」, 「통복천에서」, 「진위천에서」, 「서정천에서」, 「무봉산에서」 등의 시에서는 고향 산천을 아름답게 기억하고 그 속에서 삶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된다.
그리고 지역사에 조예가 깊은 시인은 「독산성 세마대지 올라」, 「진위동헌」, 「불악산」 등의 시에서 지명부터 역사적인 사실 등을 되새기며, 오늘날 우리가 알아야할 옛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다.
특히 「진위동헌」에서는 ‘조선 오백년 역사속에 빛나는 어사가 태어난 곳’이라는 문구에서 우리가 조선시대 암행어사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박문수의 고향이 진위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이처럼 시인은 지역사에 대한 빼어난 안목을 가지고 있다.
평택아동문학회 회원으로 아이들과 함께 읽는 동시작업을 꾸준히 해온 시인은 <2부 동시야 놀자>편에 그동안 써온 동시와 짧은 정형시인 동민조시를 함께 실었다. 아이들의 순수한 감성을 생생히 담아낸 동시에서 시인의 맑은 영혼을 읽는다.
이제 공직자로 사는 길의 끄트머리에 와있는 시인은 평생 크게는 나라와 국민을 위하고 작게는 가족에 대한 사랑으로 살아온 인생의 1막을 정리해야하는 시점에 서 있다. 시인은 35년간 항상 함께 해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낙엽 몇장 바스락 거리며 월급통투에 담아 보낸다고 말했다. 시인이 받은 감사보다 함께 한 사람들이 더 많은 감사를 받았다. 시인의 시처럼 항상 인생을 사랑하며 함께 하길 응원한다.
잃어버린 초상
떨어지는 은행잎이
바람에 떠돌던 그 계절에
나는 사랑하였습니다
일렁이는 우물물의 흔적처럼
끝없이 흔들리던 그 눈빛
화창한 봄날처럼
사랑한다는 마음에 사랑을 주고
기뻐하는 얼굴에 환한 햇살을 주었습니다
가냘픈 어깨가 잔뜩 움츠러 들었을 때
나는 사랑을 떠나 보냈습니다
수많은 슬픔을 간직하며
나의 잃어버린 자화상이
이지러지고 있을 나이
그래도 사랑했노라고
말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그런 날들조차도
내겐 사랑이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동네사람들 刊